지구에서는 낮과 밤이 번갈아 오며 온도가 완만하게 변한다. 하지만 우주에는 이 기본적인 균형이 완전히 깨진 행성들이 존재한다. 어떤 행성에서는 한쪽 면이 영원히 태양을 향해 불타고, 반대쪽은 끝없는 어둠 속에서 얼어붙어 있다. 이처럼 영원한 낮과 영원한 밤이 공존하는 행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떤 환경을 갖게 되는지 살펴본다.
영원한 낮과 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런 극단적인 환경의 핵심 원인은 조석 고정이다. 조석 고정이란 행성이 항성의 강한 중력에 의해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지다, 결국 한쪽 면만 항상 항성을 바라보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달이 항상 같은 면으로 지구를 향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항성에 매우 가까운 궤도를 도는 행성일수록 이 현상이 쉽게 발생한다. 그 결과 행성의 한쪽은 태양이 지지 않는 영원한 낮, 반대쪽은 빛이 전혀 닿지 않는 영원한 밤이 된다.
불타는 낮의 세계
영원한 낮에 놓인 면은 끊임없이 항성의 에너지를 받는다. 이 지역의 표면 온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며, 물이 존재한다면 빠르게 증발하거나 분해된다. 일부 행성에서는 암석 표면조차 고체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질 수 있다.
이 환경에서는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강력한 상승 기류가 형성된다.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솟아오르며 대기 순환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보호 장비 없이 노출되는 순간 생존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얼어붙은 밤의 세계
반대편 밤의 영역은 전혀 다른 극단을 보여준다. 항성의 빛과 열이 거의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표면 온도는 극저온으로 떨어진다. 대기가 있다면 일부 성분은 얼어붙어 지표에 쌓이거나, 응결되어 고체 상태로 변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열 에너지가 거의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움직임 자체가 매우 제한된다. 지표는 얼음과 같은 물질로 덮일 가능성이 크며, 대기 순환이 없다면 정체된 환경이 형성된다.
두 세계를 잇는 경계 지역의 역할
흥미로운 점은 이 두 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 지역이다. 영원한 낮과 밤이 맞닿는 이 영역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완만해질 수 있다. 낮의 열이 밤 쪽으로 이동하고, 밤의 냉기가 낮 쪽으로 흘러들면서 어느 정도 균형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 경계 지역이 가장 안정적인 환경이 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만 이곳 역시 강력한 바람과 급격한 기압 변화가 동반될 수 있어, 인간이 살기에는 여전히 가혹하다.
극단적 환경이 만드는 대기 순환
한쪽이 계속 가열되고, 다른 한쪽이 계속 냉각되면 대기 순환은 매우 격렬해진다. 뜨거운 공기는 낮 쪽에서 상승해 밤 쪽으로 이동하고, 차가운 공기는 다시 낮 쪽으로 흘러온다. 이 과정에서 강풍과 폭풍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대기 순환은 행성 전체의 기후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예측 가능한 날씨 패턴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인간이 이 행성에 산다면 벌어질 일
가정적으로 인간이 이런 행성에 거주한다고 생각해보면,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영원한 낮과 밤 어느 쪽도 직접적인 거주지는 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경계 지역조차, 강풍과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해 안정적인 생활이 어렵다.
또한 낮과 밤의 개념이 사라진 환경은 인간의 생체 리듬에도 큰 영향을 준다. 시간 감각이 무너지고, 심리적·생리적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있을까
지구형 생명체 기준으로 보면, 이런 행성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경계 지역과 같은 특정 조건에서는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논의는 생명체가 어떤 환경까지 적응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행성들이 알려주는 우주의 다양성
영원한 낮과 밤이 공존하는 행성은 인간이 살 수 없는 세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행성들은 우주가 얼마나 다양한 조건을 가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낮과 밤의 반복은, 우주 전체로 보면 매우 특별한 조건일 수 있다.
이런 극단적인 행성들을 이해할수록, 지구의 환경이 얼마나 미묘한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