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행성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상은 언제나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다. 크기, 질량, 위치가 지구와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생명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지구와 닮았다는 사실이 곧 인간이 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겉보기에는 지구와 매우 비슷하지만, 여러 조건 때문에 이주 후보에서 탈락한 행성들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그런 행성들이 왜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은지를 살펴본다.
지구와 닮았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말하는 ‘지구와 닮은 행성’은 주로 크기와 질량, 그리고 항성과의 거리 기준에서 정의된다. 행성의 크기가 지구와 비슷하고,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리라면 일차적으로 주목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이다. 실제로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훨씬 더 복잡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대기 조성, 온도 범위, 방사선 환경 등은 단순한 크기 비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요소들이다.
대기가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은 경우
지구 생명체가 숨 쉬는 대기는 질소와 산소의 균형 위에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지구와 크기가 비슷한 행성이라 하더라도, 대기의 구성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이산화탄소가 지나치게 많거나, 유독 가스가 포함된 경우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
또한 대기가 너무 두꺼우면 강력한 온실 효과가 발생해 표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반대로 대기가 거의 없는 경우에는 방사선과 극단적인 온도 변화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런 이유로 대기 조건은 이주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온도가 안정적이지 않은 행성
지구는 비교적 좁은 온도 범위 안에서 기후가 유지된다. 하지만 지구와 닮은 일부 행성들은 자전 속도나 궤도 특성 때문에 온도 변화가 극단적이다. 낮에는 표면이 끓어오를 정도로 뜨거워지고, 밤에는 급격히 냉각되는 환경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런 행성에서는 물이 존재하더라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생명체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간의 거주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방사선과 자기장의 문제
지구에는 강력한 자기장이 존재해 태양과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을 차단해 준다. 하지만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라도 자기장이 약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표면은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되고, 생명체의 DNA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항성 활동이 활발한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일수록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방사선 환경은 인간의 장기 거주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다.
왜 이주 후보에서 탈락했을까
이처럼 지구와 닮은 행성들이 이주 후보에서 탈락하는 이유는 단일하지 않다. 대기, 온도, 방사선, 중력 등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맞아야만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어느 하나라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 행성은 연구 대상일 뿐 거주지는 될 수 없다.
과학자들이 이런 행성들을 계속 연구하는 이유는 실패 사례를 통해 기준을 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어떤 조건이 부족했는지를 알수록, 진정으로 적합한 행성을 찾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구와 닮았다는 말의 함정
‘지구와 닮았다’는 표현은 기대를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오해를 낳기도 한다. 실제로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은 지구와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 지구에 매우 가까운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우주에서 극히 드문 경우다.
이런 연구들은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특별한 환경인지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만든다. 지구와 닮았지만 살 수 없는 행성들은 그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