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하루는 24시간이다. 해가 뜨고 지며 하루가 끝나는 이 주기는 너무도 익숙해, 의식조차 하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우주에는 이 기본적인 시간 감각이 완전히 무너지는 행성들이 존재한다. 어떤 행성에서는 하루가 몇 년, 심지어 수십 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하루의 길이가 극단적으로 긴 행성에서 어떤 환경이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왜 인간이 살기 어려운지를 살펴본다.
행성의 ‘하루’는 무엇을 의미할까
행성에서 말하는 하루는 단순히 시간이 아니라, 자전 주기를 의미한다. 즉, 행성이 자기 자신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지구는 약 24시간에 한 번 자전하지만, 모든 행성이 이와 같은 속도로 회전하는 것은 아니다. 자전 속도는 행성이 형성될 당시의 조건, 충돌 이력, 항성과의 거리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자전 속도가 느릴수록 하루는 길어진다. 이론적으로는 하루가 몇 시간일 수도 있고, 반대로 수십 년에 이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자전 주기의 차이가 행성의 환경을 완전히 바꿔버린다는 점이다.
하루가 수십 년이 되는 이유
하루가 극단적으로 긴 행성의 대표적인 원인은 조석 고정이다. 이는 행성이 항성의 중력에 의해 한쪽 면만 항상 별을 바라보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경우, 행성의 한 면은 영원한 낮에 놓이고, 반대쪽은 끝없는 밤이 된다.
조석 고정은 특히 항성에 매우 가까운 행성에서 자주 발생한다. 항성의 강한 중력이 행성의 회전을 점점 늦추고, 결국 자전과 공전이 같은 속도로 맞춰지게 만든다. 그 결과, 하루라는 개념 자체가 지구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끝나지 않는 낮과 사라진 밤
하루가 수십 년에 달하는 행성에서는 낮과 밤의 경계가 극단적으로 왜곡된다. 낮이 시작되면 수십 년 동안 태양이 지지 않고, 밤이 시작되면 마찬가지로 긴 어둠이 이어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온도 변화가 극심해진다.
영원한 낮에 놓인 지역은 표면 온도가 계속 상승해, 물이 존재하기 어렵고 지표가 극도로 건조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영원한 밤에 놓인 지역은 열을 거의 받지 못해 극저온 상태가 된다. 이 두 영역 사이에는 강한 기류와 폭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이유
이처럼 극단적인 낮과 밤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크게 제한한다. 지구의 생명체는 낮과 밤의 주기 속에서 진화해 왔다. 광합성, 휴식, 체온 조절 등 대부분의 생명 활동이 이 주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하루가 수십 년인 행성에서는 이러한 리듬이 성립하기 어렵다. 낮이 너무 길면 생명체는 과도한 열과 방사선에 노출되고, 밤이 너무 길면 에너지원을 잃게 된다. 설령 생명체가 존재한다 해도, 지구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이런 행성에 산다면 벌어질 일
가정적으로 인간이 하루가 수십 년인 행성에 거주한다면, 시간에 대한 감각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하루의 절반이 평생에 가까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수면과 활동 주기를 유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또한 극단적인 온도 차이로 인해 거주 가능한 지역은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낮과 밤의 경계 지역, 즉 비교적 온도가 완만한 지역만이 일시적으로 거주 가능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기술로는 인간이 장기간 머무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이 이런 행성을 연구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하루가 긴 행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런 행성들은 행성 형성과 진화 과정, 그리고 항성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된다.
이 연구들은 단순히 외계 행성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 환경의 소중함과 균형을 다시금 인식하게 만든다.
하루의 길이가 알려주는 지구의 특별함
하루가 수십 년인 행성을 살펴볼수록, 지구의 24시간이라는 주기가 얼마나 절묘한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자전 속도는 생명체가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다.
우주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의 세계가 존재하지만,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하루가 수십 년인 행성들은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